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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조 현장의 언어: 로트·BOM·라우팅

현장의 언어와 돈

학습 목표
  • 로트·BOM·라우팅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현장 용법으로 이해한다
  • 이 셋이 이어져야 추적이 가능해지는 이유를 설명한다

무엇을 모델링할 것인가

앞에서 온톨로지의 타입 체계를 봤습니다. 그런데 타입을 아무리 잘 정해도 현장이 실제로 쓰는 말과 어긋나면 아무도 그 그래프를 쓰지 않습니다. 품질팀이 "이 로트 어디서 왔어요"라고 물을 때 그래프가 답하지 못한다면, 그것은 잘 만든 온톨로지가 아니라 잘 만든 장식입니다.

그래서 이 장에서는 그래프에 담기 전에 현장이 쓰는 세 낱말을 먼저 정리합니다. 로트, BOM, 라우팅입니다. 이 셋은 따로 배우면 사전 항목처럼 보이지만, 실제로는 하나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. 그 질문은 "이 제품이 어디를 거쳐 왔는가" 입니다.

로트 — 추적의 단위

로트는 같은 조건에서 함께 만들어진 제품 묶음입니다. 하나하나를 개별 관리하기에는 수가 너무 많고, 하루치를 통째로 묶으면 문제가 생겼을 때 회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집니다. 그 사이 어딘가에서 실용적인 단위를 정한 것이 로트입니다.

로트를 어떻게 끊느냐가 나중에 사고 대응 비용을 결정합니다. 크게 끊으면 관리는 편하지만 불량이 발견됐을 때 함께 묶인 정상품까지 잡아야 합니다. 잘게 끊으면 회수 범위는 좁아지는 대신 추적해야 할 기록이 늘어납니다.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할 수 없고, 제품 단가와 회수 비용을 견주어 정하는 문제입니다.

지식그래프에서 로트는 거의 언제나 노드가 됩니다. 로트에서 뻗어 나가는 관계가 곧 추적 경로이기 때문입니다.

BOM —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

BOM(Bill of Materials)은 완제품이 어떤 부품으로 이루어지는지 적은 목록입니다. 흔히 표로 보지만 실제 구조는 나무에 가깝습니다. 완제품 아래 조립품이 있고, 조립품 아래 다시 부품이 있습니다. 몇 단계까지 내려가는지는 제품에 따라 다릅니다.

BOM이 그래프와 잘 맞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. 표에 담으면 "이 부품이 들어간 완제품을 전부 찾아라" 같은 질문에 답하려고 여러 단계를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, 그래프에서는 관계를 반대 방향으로 따라가면 됩니다. 부품 공급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 영향 범위를 재는 일이 정확히 이 형태의 질문입니다.

라우팅 — 어디를 거쳐 왔는가

라우팅은 제품이 지나가는 공정의 순서입니다. 어떤 설비에서 어떤 조건으로 얼마 동안 가공되는지가 여기 적힙니다. BOM이 "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"라면 라우팅은 "어떻게 만들어졌는가"입니다.

불량 원인을 찾을 때 실제로 쓰이는 것은 대개 라우팅 쪽입니다. 같은 부품을 썼는데 어떤 로트만 불량이 나온다면 재료가 아니라 거쳐 온 설비나 조건이 다른 것이기 때문입니다. 그래서 라우팅 기록이 부실한 공장은 원인 분석이 늘 추측에서 멈춥니다.

셋이 이어져야 답이 나온다

로트 하나만 있으면 "이 제품이 언제 만들어졌는가"까지 답합니다. BOM이 붙으면 "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"가 더해지고, 라우팅까지 이어져야 비로소 "어느 설비를 언제 거쳤는가"에 닿습니다.

품질 문제가 터졌을 때 필요한 답은 대개 마지막 형태입니다. 세 조각이 서로 다른 시스템에 흩어져 있고 키가 맞지 않으면, 사람이 엑셀 세 개를 열어 눈으로 맞추게 됩니다. 지식그래프가 하는 일의 절반은 이 세 조각을 하나의 경로로 잇는 것입니다.

용어